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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홍보단 꿀단지] 나는 고립된 걸까 혹은 고독한 걸까

작성자 : 
swf1004
작성일 : 
2024-08-30
조회수 : 
18

나는 고립된 걸까 혹은 고독한 걸까

 

사회적 고립과 고독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다. 둘은 종종 혼동하기도 하는데, 본질적으로 다르다. 나도 한 때는 내가 고독한 건지 혹은 고립된 건지 헷갈렸다. 둘의 차이를 알아야 내가 현재 어떤 상태인지, 나아가 정서적, 정신적 건강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먼저 고독(Loneliness)은 상호작용이 필요하지 않은 시점에서 선택적으로 혼자 있는 시간을 의미한다. 유방암 투병 전 혼자 여행가거나 집에서 책을 보고 산책하며 생각을 정리하는 걸 즐겼다. 바쁜 일상에서 조용히 나 자신을 돌아보고 성장시키는 중요한 시간이었다. 고독은 바쁘다 바빠현대 사회에서 멈춤을 가능하게 하며 자신만의 속도로 삶을 살아갈 힘을 준다.

 

반면 고립(Isolation)은 본인이 원하지 않음에도 외부 세계와의 만남이 끊기거나 자신이 소외된다고 느끼는 사회적, 심리적 단절 상태를 의미한다. 나는 유방암 수술과 항암, 방사선 치료를 하며 친구와 가족으로부터 멀어져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점점 더 외롭고 고립된 기분을 느꼈다. 엄마가 어린 나이에 돌아가셔서 가족이라곤 아빠와 남동생뿐인데, 여성 암이라서 병의 경과나 상태를 털어놓기 어려웠다.

 

20대의 꿀단지는 혼자 여행을 다니며 고독을 즐겼다

 

그러나 실제 고독과 고립을 둘 다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이 둘을 구분하는 게 쉽지 않다. 경험상 이 둘은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다르다.

 

먼저 선택의 여부이다. 혼자 여행을 가거나 산책을 즐긴 건 모두 나의 자발적 선택의 결과였으나, 유방암 투병으로 인한 고립은 내가 절대 원하던 상황이 아니었다. 내가 원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타인과의 관계가 단절되고 사회적 연결이 끊어졌다.

 

정서적 반응역시 다르다. 고독 후에 나는 만족감과 평온을 얻었지만, 고립은 스트레스와 우울, 불안으로 자연스레 연결됐다. 이 같은 정서적 변화가 나를 더 깊은 고립으로 빠져들게 했다.

 

또한 고독은 일시적인 사회적 상호작용의 단절을 의미하지만, 고립은 지속적이고 전반적인 사회적 관계의 부재를 나타낸다. 나에게 고독은 사람들과의 관계를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이었지만, 고립은 아예 관계가 없었던 상태였다.

 

30대의 꿀단지는 유방암 환자가 되며 고립 상태에 빠졌다

 

고독과 고립을 둘 다 겪고 깨달은 건 하나다.

고독은 최대한 긍정적으로 활용하고 고독은 최대한 적극적으로 극복하자!

 

고독은 어쩌면 기회다.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자신을 돌아보고 성장하는 중요한 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나 홀로 여행처럼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

 

아직 혼자가 낯설고 어색한 분이라면 내 일상의 고독을 몇 가지 공유할 테니, 함께해 보자.

 

시작은 역시 명상이다. 유방암 투병으로 인해 불면증에 시달리며 시작한 습관이다. 전체 수면 시간이 짧고 잠든다고 해도 중간에 자꾸 깨서, 수면 질도 높지 않다.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으려고 늘 노력하지만, 이 상태로 하루를 시작하면 당연히 나오는 말과 행동이 곱지 않다.

 

그렇기에 나의 지난밤이 어떠했든 다른 사람의 하루를 망치지 않도록, 매일 아침 10분씩 명상을 한다. 어지러웠던 마음을 안정시키고 차분히 하루를 시작하는 데 도움이 된다. 명상으로 어떤 생각을 떠올리기보다는 비우는 데 집중한다.

 

같은 맥락으로 저녁에는 독서를 하거나 온라인 강의를 듣는다. 업무 시간 동안 머릿속에 잔뜩 쌓였던 스트레스를 새로운 기술이나 지식을 배우며 비워낸다. 누군가에게 생기는 원망이나 끊임없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겨나는 일 걱정들을 덜어내는 데 요것만큼 도움이 되는 게 없다.

 

고독과 달리 고립은 적극적으로 극복해야 하는 상태이다. 사회적 관계의 부재에서 오는 고립을 극복하는 첫걸음은 역시 네트워크 구축이다. 가족, 친구, 동료와 관계를 적극적으로 유지하고 새로운 연결을 만드는 것도 추천할만하다. 나는 유방암 투병 중 또래의 환우분들이 모인 오픈 단체 카톡방에 참여했는데, 비록 비대면이지만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며 고립감을 극복할 수 있었다.

 

일상에서 작은 사회적 상호 작용 늘리는 것도 중요하다. 일명 스몰 토크! 영국에 살 때는 커피숍이나 마트 직원 분, 또 산책하며 자주 만나는 이웃들과 짧게 인사와 대화를 나누는 일이 잦았다. 이런 작은 행동들이 낯선 나라에서 고립감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됐다.

 

고독과 고립을 구분하고 각각에 맞는 대처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이 쉽지는 않다. 하지만 이 길에서 나는 더 단단해졌다. 물론, 여전히 길을 걷는 중이다. 누군가 지금 내가 고립된 건지 혹은 고독한 건지 혼란스럽다면, 지난 시간 동안의 자신을 뒤돌아보자.

 

만약 고립감을 느끼고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적극적으로 나서자. 큰 용기는 필요 없다. 작은 움직임 하나면 충분하다. 무조건 누구와 함께여야 한다는 건 아니다. 혼자일 때도, 함께일 때도 나를 잃지 않도록 건강한 나를 같이 찾아보자. 우린 할 수 있다. :)



제작: 서울시복지재단 사회적고립가구지원센터 시민홍보단 '똑똑이' 꿀단지

※이 게시물은 시민홍보단 '똑똑이'에서 제작한 콘텐츠로, 사회적고립가구지원센터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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